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밤(3) 아주 어릴 적 밤은 천국이라 신비한 어둠 속으로 빠져드는 작은 세상과 높이가 잘 어울리는 꼬마들 세상이 밤마다 생쥐와 여치, 개미를 불러모은다. 그들만의 숨겨진 장소에서 누구의 방해도 없이 깜찍한 배우가 되어 연극을 한다네. 보는 사람은 없지만 하얀 꿈의 꽃가루로 무대가 꾸며지면 동네 큰길에서 낯이 익은 목소리로 "찹쌀떡 사이소" "둘이 먹다 꼭 두 사람이 싸우는 찹쌀떡" 외치는 소리에 모두들 저녁식사에 초대를 한다. 음식은 먹고 먹어도 줄지가 않는다. 너무 많이 먹어 스르르 눈이 감기면 밤을 밝혀주는 달님과 밤을 지켜주는 별님들 하얀 밤이 무섭지 아니하다. 그래서 밤은 평생친구이다. 그도 너희들이 없다면 자라나는 어린 꿈들이 없다면 무척이나 슬펐을 거야 외로워하지 말게나 힘든 꿈으로 새까맣게 마음이 타.. 더보기
밤(2) 하늘이 지붕 되는 이 곳 종남산은 수 없이 쏟아지는 별 속에 묻혀버리고 어둠은 적막한 고요와 하나되어 애틋한 사랑을 속삭일 공간에서 왜! 처절한 외로움은 너무나 인간적이 되어 가는가? 훈훈한 탄생(誕生) 바람이 불어 얼굴을 스치고 짜릿한 순간에 모든 것이 날아간다 미움과 증오, 도시의 기름때가. 어디에서도 채우지 못할 허전한 가슴구멍이 달빛에 부서진 순간 하나되어 외롭지가 않다. 그렇게 시간을 붙잡고 당신을 생각합니다. 부질없었던 자존심 소유할 수 없는 애정들 하염없는 눈물로 용서를 빕니다. 당신에게! 시간을 더 이상 붙들 수가 없습니다. 이 자리에 그 바람이 당신 입김을 묻어 오면 이 모든 숨결 한 점 남김없이 떠나 보내고 그 자리에 돌이 되어도 좋아라. 밤에 떠나 보낸 사랑이 너무나 아파서 앞이 캄캄.. 더보기
밤(1) 불 꺼진 까만 밤에 아주 어린 기억이여! 죽음이 그러하리라 그 편안함을 이제는 알려나 봅니다. 까만 소리가 귓가에 너무나 진지해지고 깊고 깊은 심연(心淵)에 태고(太古)의 신비(神秘)가 스물 거리고 생명(生命)의 탄생(誕生)과 사그라짐 또한 보이지 않음의 연속인 것을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도 겨우 눈감을 때나 알려나 고요 속으로 달려드는 장엄한 우주의 소리 마지막 몸부림 친 자연의 숨결 이 모두를 이 밤에 만나기란 너무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당신이 있음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곳에 편안한 고요가 있음을 알았으니까요! 더보기
무엇을 위하여 잘 가꾸어진 담벼락 사이로 콱 붙들고 놓지 않을 손에는 담쟁이의 야무진 이름이 있다. 붙들만한 것이 있기만 하면 그는 사정없이 붙들고 묻는다. 붙잡을 또 다른 것이 있냐고 세상의 더 높은 곳에서 해마다 길어진 어린손으로 세월이 전통이 포장되면 투박한 솜씨는 숨어들면서 무엇을 위한 손길이었는지 알 수 없어 정말 알 수가 없네! 억척스런 너는 알겠지 혹시 몰라도 알아봐 주렴 그런 얽히고 섥힌 인연들 처럼 너의 성장이 인파속으로 물결치며 공존하고 싶어 안간힘을 쓰고 있고 있구나. 더보기
우포늪에서 이리 저리 흔들거리며 달려온 세상에 둘도 없는 천연덕스런 곳 석양을 받고서 꿈을 꾸고 있다. 늪으로 인도하는 삽작길 섶엔 겨울이라기엔 너무 파릇한 양파가 양팔을 치켜든 채 기립박수로 환영합니다. 파괴자들인 줄은 아남?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이면 그래도 양심은 살아 맨땅에 고개 쳐 박을 수는 있단다. 그 꿈속으로 들어 갈 수 없어 손만 이 조물락 저 쪼물락 거리다 온 세상을 다 돌고 아늑한 아랫목에 사랑을 나누는 고니의 고래고래 고함소리에 침묵하는 자연과 악수를 한다. 더 이상의 소모전은 하지 말자꼬 보존이란 부담스런 말도 하지 말기를 있는 그대로 지를 바라보기를 간절히 바라는 구만 그래 그렇게 하자고 맞아! 맞아! 더보기
자전거 위에서 도도한 차량의 물결 틈으로 무척이나 힘들어보이는 그대 바람을 친구로 하고 구름에 아련한 생각 실고 햇살에는 따끈한 온기로 페달엔 지구를 들어 올린 채로 재주를 부리는 청솔모를 닮았어라. 밀페된 공간에는 없어서 넓은 자유에 휘날리는 머리카락 피부에 촉각을 세우는 속도 그 것에 미쳐버렸다. 달려들고 달려오고 마주치는 시선 속에 먼 산은 다가와서 귓가에 원시림의 소리로 속삭이고는 강물도 그랬고 바람도 그러하였 나니 자전거 위에선 못 볼 것이 없었다. 더보기
겨울잠(3) 겨울로 가는 기차에서 그 날을 기억해본다 아련한 소용돌이 속으로 마지막 잎새를 휘 날리며 끝도 없는 어둠 속으로 달빛은 눈길을 태워버렸다. 그 환해진 공간과 공간에서 앞집 누나의 따스한 기운이 눈동자에 아련거린다. 겨울 기차의 기적소리에 탱자나무 겨울로 간 꿈을 차고 참새떼가 날아 오를라 치면 겨울잠에 푸른 희망도 깨어난다오. 그 날의 새벽이 다시오기를 한평생을 다하여 그래서 하얀눈이 가슴과 가슴으로 세상을 덮어 버린다면 당신은 어디던 갈 수 있어랴 그 곳에 가거들랑 부디 더 이상 눈이 차갑지 안타꼬 전하여 준다면 누나는 마음을 열어 반가이 맞아 주리라. 그 날은 당신이 그리운 줄 몰랐지만 오늘 당신을 뜬 눈으로 기다립니다. 그리움에 몸부림 치며 세상에 찌든 때를 털면서 그렇게 쉽게 왔었던 어린 영혼에게.. 더보기
겨울잠(2) 아랫목 구들장이 식어지면 새벽을 향한 열기는 더하고 촌닭의 홰치는 소리에 아직도 어둠은 꿈속이라. 정으로 살아온 세월은 멀리 있지도 안이 하구만 오늘 따라 돌아 누운 내자 얼굴이 보고 싶어라. 쪽 문밖 달빛과 별빛은 한 뼘의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눈빛으로 빛나 영혼을 채웠어라. 가난한 영혼이 차가운 불빛으로 뒷산 묘지를 바람으로 휘돌아 네온이 빛나는 거리에 물들면 떠나 보낸 경옥이를 걱정한단다. 부디 천지신명이시여! 가난과 무지로 얼어 터진 영혼을 따끈한 빛으로 채우고 채워서 하루를 살아도 의미 있게 살아가기를 이 땅을 지키는 애미애비의 눈빛을 헤아려 고개 들어 하늘을 보거라. 동창이 불거스래 밝아 오누나 겨울로 가는 아련한 잠의 여운 속에 흰눈이 사방천지를 덮어버리고 긴 긴 겨울 그렇게 하얀빛으로 뿌려.. 더보기